스프링클러
대구 지하철 참사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서울의 한 터널 속에서 차량 화재로 대형 참사를 빚을 뻔했다. 지하철 화재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 된 후 설비를 점검한다, 대피훈련을 한다 법석을 떨었지만 얼마나 나아졌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화재 대비 설비 중 '스프링클러(sprinkler)'라는 게 있다. 실내온도가 섭씨 70도 이상 되면 자동으로 물을 뿌려 주기 때문에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핵심 설비다. 다중 이용 시설의 안전 문제가 매스컴에 자주 보도되면서 이 용어가 가끔 나온다. 하지만 방송에서조차 '스프링쿨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스프링클러'는 작물에 물을 주는 데도 요긴하게 사용된다. 한여름 타들어 가는 농작물이나 잔디에 물을 뿌려 주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시원하다'의 영어 '쿨(cool)'이 연상돼 그런지 '스프링쿨러'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살수기(撒水器)'나 '물뿌리개'로 순화할 수 있지만 꼭 우리말로 바꿔 쓸 수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비슷한 예로 '렌터카(rent-a-car)'가 있다. 흔히 '렌트카'라고 쓰는데 '빌리다'의 '렌트(rent)'에만 끌리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역시 '임대 차''빌림 차'로 순화해 쓸 수 있지만 마땅치 않다.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외래어는 당연히 바꿔 써야겠지만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경우엔 정확하게 표기해야 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