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다르고 '어' 다르다
'일만 죽어라 하는 엄마에게 '허구헌' 날 술 마시고 잔소리나 해대는 아버지….' ''허구헌' 날 신세타령만 하는 그 친구….' 우리 입에 너무나 익은 '허구헌'은 틀린 표현이다. '허구한'이 바른 말이다. '허구하다'는 '허구한'의 꼴로 쓰여 '날이나 세월 따위가 매우 오래다'를 뜻한다. 이와 달리 '하고하다'는 '하고많다'의 동의어로 '많고 많다'는 뜻이다. '하고많은 사람 중에서 왜 하필 그 여자를 선택했느냐?'처럼 쓰인다.
또 헷갈리기 쉬운 말로 '어르다'와 '으르다'가 있다. '어르다'는 '어린아이를 달래거나 기쁘게 해 주다'라는 뜻으로 '엄마가 아기를 어르고 있다'처럼 쓰인다. '후크 선장은 무시무시한 갈고리 손으로 팅크벨을 을러댔다'에서처럼 '으르다'는 상대방이 겁을 먹도록 무서운 말이나 행동으로 위협한다는 뜻이다. '투캅스'란 영화에 '좋은 경찰, 나쁜 경찰(good cop, bad cop)'기법이 나온다. 한 사람은 선한 역을 맡아 '어르며 달래고', 또 한 사람은 악역을 맡아 '뺨 치고 을러' 자백을 받아내는 것이다.
'아'해 다르고 '어'해 다르다란 말도 있듯이 우리말 맞춤법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최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