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과자
피자·햄버거·스파게티·테이크아웃 세대와 달리 늘 주전부리에 목말라 하며 지낸 때도 있다. 학창 시절 수학여행을 갈 때면 천안역 부근에서 항상 호두과자가 등장했다. 지금은 고속도로휴게소나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도심 외곽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어렸을 적에 맛봤던 호두과자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호도'와 '호두'는 어떤 게 맞을까. 우리말에는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어울리는 모음조화 규칙이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원칙이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발음·의미가 비슷한 말이 여럿 생겨났다. '호도(胡桃)와 호두' '-동이(-童이)와 둥이' '장고(杖鼓)와 장구' '주초(柱礎)와 주추' 등이 그 예다. 이런 경우 혼란을 막기 위해 어느 한 말을 표준어로 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호두, 쌍둥이, 장구, 주춧돌'이 한자어인 본디말을 제치고 표준어가 된 것이다.
순우리말인 '오똑이→오뚝이','깡총깡총→깡충깡충'등도 같은 사례다. 호두는 정월 대보름날 밤에 깨물어 먹는 부럼으로도 사용되는데 부럼을 깨물면 한 해 동안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우리 고유의 풍습이 점차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깝다.
권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