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
로또 복권 덕분에 점(占)집이 때아닌 호황이라고 한다. 복권의 구입 날짜, 시간 문의에서부터 아예 행운의 숫자 여섯 개를 찍어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런 용한 점쟁이나 역술가가 있는지 모르지만, 설사 그 번호를 안다고 해도 발설하면 천기누설(天機漏洩)이 아닐까.
'점쟁이'처럼 '-쟁이'나 '-장이'가 나오면 어떤 걸로 써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흔히 '-장이'를 '-쟁이'로 발음하게 되는 것은 뒷글자 '이'의 영향을 받아 비슷하게 소리나는 현상으로, 이를 'ㅣ 모음 역행동화'라고 한다. '-장이'보다 '-쟁이' 발음이 편한 이유다. 하지만 '-장이'와 '-쟁이'는 쓰임새가 명확히 구분된다.
기술자에게는 '-장이', 그 외에는 '-쟁이'를 쓴다. 간판장이·대장장이·미장이·도배장이·땜장이 등이 모두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다. 개구쟁이·거짓말쟁이·겁쟁이·멋쟁이·뚜쟁이·월급쟁이 등은 성질·습관·행동 또는 직업을 나타내는 단어들이다. '점쟁이'는 기술자로 볼 수 없으므로 '쟁이'로 쓴다. '관상쟁이'도 마찬가지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점쟁이를 찾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지만, 그 수가 늘었다면 그만큼 현실이 어렵다는 얘기가 아닐까.
배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