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조개 타령을 하려 한다. 엊그제 지인 생일상에 오른 굴찜과 여흥 시간에 부른 노래 ‘조개껍질 묶어’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산 피조개 양식 첫 성공’(ㅍ경제신문), ‘새조개 채취권 놓고 바닷속에 철조망까지-목숨 건 다툼’(ㅇ신문) 기사가 겹쳐 떠오른 탓이다. 겨울이 제철이기도 한 조개의 백과사전 풀이는 다음과 같다. “두 장의 판판한 껍데기로 몸을 둘러싸고 있는 연체동물이다. 껍데기는 ‘접번’에 의해 맞물려 있으며, 수축성이 있는 관자가 붙어 있어 껍데기를 열고 닫는다. 껍데기 안쪽엔 ‘외투막’이 있고 칼슘을 지닌 액체를 내어 껍데기를 만든다. ‘부족’(斧足)으로 땅을 파고들어가거나 기어다닌다. 민물, 바닷물 등 물속 생태계에서는 어디에나 분포하며 ‘조간대’에서 수심 1만m까지 서식한다.(위키백과)
‘접번’은 경첩이나 이음매, 관절을 뜻하는 일본어 ‘조쓰가이’(ちょうつがい, 蝶番)를 걸러내지 않고 옮긴 말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지 않는 표현이다. ‘부족’은 ‘부족류’와 ‘부족강’ 따위의 형태로 뜻풀이에서만 등장한다. 국어사전으로는 ‘접번’이나 ‘도끼(斧)처럼 생긴 발(足)’인 ‘부족’의 뜻을 알 수 없는 것이다. 모름지기 사전이란 ‘외투막: (외투처럼) 연체동물의 몸을 싼 막’, ‘조간대: 밀물이 가장 높은 해면까지 꽉 차게 들어오는 때(만조)와 썰물 때 해수면이 가장 낮아진 때(간조) 해안선 사이의 부분’처럼 답을 주어야 한다.
사전 속 조개를 훑어보니 재미난 것도 있었다. 나비, 새, 앵무, 말, 개처럼 동물 이름이 붙은 게 있는가 하면 명주, 모시, 무명처럼 피륙의 옷을 입은 것도 있다. 콩이나 떡처럼 맛깔난 앞가지로 모자라 아예 ‘맛’을 머리에 얹고 있는 녀석도 빠지지 않는다. 국화, 네모소쿠리, 딱지, 진주같이 옛 삶을 떠올리게 하는 것에서 혈소판 때문에 핏빛 비치는 피조개까지 하나하나 생김과 쓰임이 생생하게 살아오는 살가운 이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