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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들어선다는 입동의 날씨를 보고 조상들은 그해 겨울 추위를 예상했다고 한다. ‘입동 날씨가 따뜻하지 않으면 그해 겨울바람이 심하게 분다’며 제주 사람들이 점치는 것처럼 입동이 추우면 그해 겨울이 추울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입동은 춥지 않았으니 겨울 한파가 들이닥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기상청 예보도 올겨울에 큰 추위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입동은 겨울나기 준비를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겨우내 먹을 김장을 담그고 옷장에서 겨울옷을 꺼내 손질할 시기인 것이다. 백화점을 비롯한 의류매장에는 지난달부터 겨울옷이 걸리기 시작했으니 유행을 따르는 새옷 장만은 이미 시작되었다. 겨울옷 소재로 빠지지 않는 게 가죽이다. 옷 만들 때 쓰는 가죽은 무두질을 한 것이다. 무두질한 염소나 양의 부드러운 가죽은 섀미(chamois)이고, 새끼 양이나 새끼 소 따위의 가죽을 보드랍게 보풀린 가죽은 스웨이드이다.(표준국어대사전) ‘쎄무’나 ‘세무’가 아닌 것이다. 일본어 ‘레자’(レザ-)는 ‘인조가죽’으로 다듬어 쓰는 게 맞다. 일본어 찌꺼기는 ‘골덴’과 ‘가디간’, ‘비로도’에도 남아 있다. 누빈 것처럼 골이 지게 짠 옷감은 코듀로이나 코르덴이고, 앞자락이 트여 단추로 채우게 되어 있는 스웨터는 카디건이다. 크림전쟁 당시 이 옷을 즐겨 입은 영국의 카디건 백작 이름에서 유래한 바로 그 옷이다. 포르투갈어(Velodo)에서 온 말로 우단, 벨벳과 같은 뜻인 일본어 ‘비로도’(ビロ-ド)는 비로드로 써야 반듯한 외래어이다.
옷 태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무늬이다. ‘호피무늬로 포인트를 주면 멋진 겨울 스타일…’(ㅅ신문), ‘겨울에는 호피 패션…’(ㅍ경제신문)에서 알 수 있듯이 올해는 ‘호피 무늬’가 유행이다. 과연 그럴까. 요즘 눈에 많이 띄는 무늬는 표범의 가죽 같은 점박이 무늬이니 줄무늬인 호랑이의 것이 아니다. 호피 무늬가 아닌 표피(豹皮) 무늬인 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