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탄의 사수
관악과 현악, 타악의 연주가 어우러진 베토벤과 브람스의 연주는 만듦새 좋은 정밀기계를 만지작거리는 만족감을 주었다. 청중의 열광적인 환호에 이은 앙코르 곡도 훌륭했다. 엊그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 연주가 지금도 귓전을 맴돈다. 이 연주회를 마련한 신용카드회사가 내건 공연 제목은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 정명훈’. 대부분의 언론이 주최사가 내세운 표기를 따랐다. 아쉬운 대목이다. 주한 네덜란드대사관 관계자는 “‘콘서트홀’을 뜻하는 네덜란드어 발음은 ‘콘세흐트허바우’처럼 들릴 수 있지만 대한민국 어문규정에 따라 ‘콘세르트헤바우’로 적는다”고 밝혔다. 외래어표기법의 ‘네덜란드어 자모와 한글 대조표’에 따르면 ‘Concertgebouw’는 ‘콘세르트헤바우’가 된다.
‘로열콘세르트헤바우’가 들려준 앙코르 곡은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전주곡이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음악을 공부한 이에게 “‘마탄의 사수’는 ‘마법 탄환을 쏘는 사람’이라는 뜻인가” 물었다. 머뭇거리듯 아주 짧게 숨을 고른 그는 뜻밖의 답을 했다. “원제목인 ‘데어 프라이쉬츠’(Der Freischütz)는 ‘자유의 사수’로 번역하기도 한다.” 그가 머뭇거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유의 사수(自由-射手): 베버가 작곡한 3막의 오페라. 중세 독일의 전설에서 소재를 딴 낭만파 음악의 선구적 작품…’(표준국어대사전)처럼 ‘자유-’로 번역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마탄’, 그러니까 ‘마법의 총알’을 뜻하는 ‘디 프라이쿠겔’(Die Freikugel)에서 온 것으로 봐야 한다. 이 낱말의 접두사는 ‘자유’(frei-)이니 ‘자유롭게 날아가서 명중시키는 총알’이 되고, ‘백발백중하는 전설 속의 마법 총알’이 나오는 작품 줄거리를 바탕으로 보면 바른 번역은 ‘마(법이 걸린) 탄(환을 쏘는) 사수’라 하는 게 맞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른 표제어 ‘자유의 사수’는 그래서 재고해야 한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