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까운 벗이 부친상을 당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찾아간 영안실에는 가녀린 현악기의 선율이 흘렀다. 할아버지의 명복을 빌며 손녀딸이 연주한 바이올린 소리였다. 연주곡은 비발디의 <사계> 중 ‘봄’. 장례식과 비발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잠깐 들었다가 이내 감동으로 바뀌었다. 한여름 유명을 달리한 어르신 영전에 올린 ‘봄’으로 장례식에는 싱그러운 봄날의 감동이 함께하는 듯했으니까. 꿉꿉한 장마철에 시원한 겨울의 감동이 번져오기도 했다. 강원도 평창이 올림픽을 유치하게 되었다는 소식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와 강원도민만의 감동은 아니었다. 각 계절의 정경을 잘 묘사한 비발디의 표제음악 <사계>는 네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곡의 소제목은 춘계·하계·추계·동계가 아니다. 춘계방학·하계방학·동계방학이란 표현도 봄방학·여름방학·겨울방학에 밀려 오래전에 자취를 감추었다. 발음이 비슷한 춘계와 추계는 뜻 전달이 잘못될 수도 있다. 한자어 춘계·하계·추계·동계보다 토박이말 봄·여름·가을·겨울을 언중이 널리 받아들여 썼기 때문일 거다.
“평창은 겨울올림픽 개최를 위해 필요한 13개 경기장 중 스키점프대 등 7개를 완공했다”(<한겨레>)처럼 겨울올림픽이라 표현하는 언론 매체가 늘고 있다. 올림픽 유치를 전후해 동계올림픽에서 겨울올림픽으로 용어를 바꾼 곳도 여럿이다. 하지만 뉴스검색으로 확인한 ‘겨울올림픽’의 빈도수는 아직은 ‘동계올림픽’의 10분의 1 정도에 그친다. “2018년 겨울올림픽의 유치에 성공한 평창동계올림픽유치단이 오늘 오후 2시 전세기 편으로 귀국했습니다”(ㄷ방송)에서 보듯 공식 명칭이 그래서 아쉽다. 대회 유치의 감동을 안겨준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는 이제 대회를 꾸려갈 올림픽조직위원회에 바통을 넘긴다. “조직위원회 이름에 동계를 넣을지 겨울을 넣을지 아직 논의한 바 없다”는 유치위원회 관계자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