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선생, 이번 말글살이 주제는 뭡니까.” 해외 출장지까지 일거리 짊어지고 온 내게 함께 길 떠나온 이가 한 말이다. 아, 이번주 주제? “이번주에 할 얘깃거리는 ‘이곳’의 이야기…”라 답했다. 여기 며칠 머무는 동안 나라와 도시 이름을 헷갈리는 이들을 여럿 보았기에 떠올린 글감이다. 이곳은 어디일까. 다음에 늘어놓은 조각 정보를 맞춰 함께 맞혀보자. 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1600㎞에 걸쳐 길게 뻗어 있는 나라. 커피 생산량이 세계 1위인 브라질에 버금가는 나라. 미국과 프랑스, 중국과 전쟁을 치른 나라. 축구선수 박지성보다 ‘동방신기’의 인기가 훨씬 높은 나라. 고엽제 환자가 가장 많은 나라. 최근에 스프래틀리(난사·쯔엉사) 군도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나라. 오토바이를 대리주차 시키는 나라. ‘안남미’의 고향이며 쌀국수 ‘퍼’로 유명한 나라. 월남이라 하기도 하는 이 나라는 베트남이다.
동남아 국가로는 드물게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이 나라의 공식 언어는 베트남어. 예전엔 한자와 비슷한 ‘쯔놈’을 썼지만, 프랑스 선교사가 로마자를 바탕으로 만든 ‘꾸옥응으’(國語)를 1945년 독립 이후 쓰고 있다. 성조(聲調)는 6성으로 문자 위 또는 아래에 삐침표, 물결표, 물음표, 삿갓표, 점표 따위를 더한다. 도시 이름도 역사 따라 바뀌었다. 베트남전쟁 당시 ‘월남’의 수도였던 사이공은 통일된 뒤 독립운동을 이끈 정치가 이름을 딴 호찌민이 되었다. 호찌민의 로마자 표기는 ‘Ho Chi Minh’이지만 공항 코드는 사이공 때 그대로인 ‘SGN’이다. 이 때문인지 도시 이름을 헛갈리는 이가 적잖다.
2004년에 ‘동남아 3개국 외래어표기법’이 고시되었다. 현지 발음에 따른 된소리 표기(ㄲ, ㄸ, ㅃ)를 허용한 표기법이다. 이전 표기법의 일반 원칙을 적용한 ‘호치민’과 ‘붕타우’는 호찌민, 붕따우로 적는 게 맞다. 여름 휴양지로 인기 있는 타이의 섬은 그래서 ‘푸케트’나 ‘푸켓’이 아니라 푸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