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있는 63빌딩을 64층으로 증축하였다면 그 빌딩의 이름을 어떻게 해야 할까? 숫자는 건물의 층수를 나타내므로 ‘64빌딩’으로 해야 하나, 63이라는 숫자는 층수의 의미에서 벗어나 그 건물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으므로 층수에 관계없이 ‘63빌딩’으로 해야 하나. 두 안 모두 나름의 근거가 있다.
“이밖에 유자향이 나는 볼펜과 당근을 꽂감처럼 말랑말랑하게 만든…”
중앙 일간지 기사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사전은 ‘곶감’을 “껍질을 벗기고 꼬챙이에 꿰어서 말린 감”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곶감’은 ‘곶+감’으로 된 복합어다. ‘곶’은 ‘곶다’의 어간이고 ‘곶다’는 ‘꽂다’의 옛말이다. 그래서 ‘곶감’은 ‘곶은 감’이다. 한때 ‘먹거리’라는 말이 조어법상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있었듯이 우리말에는 ‘곶은 감’을 ‘곶감’이라는 복합어로 만드는 기능이 있다. ‘늦잠, 접바둑, 익반죽’ 등 수많은 예가 있다. 그런데 ‘곶다’는 현대어에서 ‘꽂다’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곶다’를 말밑으로 하는 ‘곶감’도 ‘꽂감’으로 바꾸어 써야 할까? 그렇게 바꾸어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곶감’은 하나의 단어로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꽂다’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요즘의 곶감은 꼬챙이로 꽂지도 않으므로 굳이 ‘꽂다’를 따를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언어대중은 ‘꽂감’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잦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글말에서는 대부분 ‘곶감’으로 쓰고, 사전도 ‘꽂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신문은 ‘곶감’으로 쓰는 것이 옳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