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법에 어긋난 말일지라도 여러 사람이 자주 쓰다 보면 일반화되고, 일반화되면 예외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연찮다’, ‘안절부절못하다’ 등이 그런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우연찮다’를 ‘꼭 우연한 것은 아니나 뜻하지도 아니하다’라고 풀이해 놓았지만, 실제로는 ‘우연하다’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또 ‘안절부절’은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이라고 풀이했다. 그렇다면 이를 동사로 만들면 ‘안절부절하다’로 되어야 할 것 같지만, 정작 사전에는 ‘안절부절못하다’가 표준말로 올라 있다.
이미 그렇게 된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이런 말들이 자꾸 생겨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별생각 없이 어법에 어긋나는 말을 만들어냈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한 사람의, 한 번의 잘못으로 끝나버릴 것이다. 그러나 극히 일부일망정 그 말이 생명을 얻어 사회적으로 퍼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 ‘경범죄 위반’ 일본의 44배” 중앙 일간지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경범죄 위반’이라고 하면 경범죄를 위반했다는 말인데, 사람이 법을 위반할 수는 있어도 죄를 위반할 수는 없다. 따라서 ‘경범죄처벌법 위반’이라고 해야 옳다. 그러나 이 말도 ‘위반’이라는 말을 꼭 써야 한다는 스스로의 암시 때문에 ‘처벌법’이라는 말까지 불러왔다. 그냥 “우리나라 ‘경범죄’ 일본의 44배”라고 하면 될 것이다. 이를 ‘우리나라의 경범죄 가짓수가 일본의 44배’로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