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에게 또는 대중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흔히 “저는 홍길동이라고 합니다”라고 한다. 이런 자기 소개말은 다른 표현이 없을 정도로 굳어져 있다. “저는 홍길동입니다”라는 말은 내가 누구라고 드러내는 말로는 쓰이지만, 소개말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저는 안중근이라고 합니다. 조선에서 간도를 거쳐 여기까지 왔습니다.” 중앙 일간지가 연재한 이문열의 소설 <불멸> 중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여기서도 “~(이)라고 합니다”라는 자기 소개말이 쓰이고 있다.
“저는 안중근이라고 합니다”를 뜯어보자. ‘저는’은 주어, ‘합니다’는 동사다. 주어가 무얼 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주어가 생략된 것으로 보고 ‘저는’을 목적어로 보면 “사람들이 저는 안중근이라고 합니다”라고 되어 일단 모양은 갖추어진다. 보조사 ‘는’은 목적어의 자리에 쓰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목적어를 ‘저를’이 아닌 ‘저는’으로 할 수 있을까? 주어가 생략된 경우에는 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자신을 소개할 때 “사람들이 저를 안중근이라고 합니다” 하는 것이 가당할까?
그렇다고 너나없이 다 쓰는 이 말을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겠다. 그건 매우 폭력적이다. 그렇다면 이 말의 통사구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라고 하다”를 ‘자기나 남을 소개할 때 쓰는 관용구’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저는 홍길동입니다” 하는 것이 더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