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는 한자어 명사에 접미사 ‘-하다’가 붙은 동사나 형용사가 많다. 근래에 와서는 영어에서 온 말에 ‘-하다’가 붙은 동사나 형용사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사전이 수용하건 말건 실제 일상 언어생활에서 버젓이 쓰이고 있다. ‘심플하다, 모던하다’ 등은 이미 우리 언어생활에 깊숙이 침투했고, 영어깨나 한다는 지식인들은 비공식인 자리에서 ‘플렉시블하다’ 따위의 말을 거리낌없이 쓰고 있다.
재미 삼아 ‘모던하다’를 뜯어보자. ‘모던’은 어근, ‘-하다’는 접미사로 나뉜다. 다시 ‘모던하’는 어간, ‘-다’는 어미로 나뉜다. 어간 ‘모던하’는 기이한 느낌마저 준다.
“이○○은 7월 28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접수하고 이들 4명에게 총 2억30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중앙 일간지 기사에서 잘라온 문장이다.
‘접수하다’는 한자어 명사 ‘접수’(接受)에 접미사 ‘-하다’가 붙어 동사로 쓰이는 낱말이다. 그런데 문장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소장을 접수한 것은 서울중앙지법이다. 그러니까 ‘접수’라는 행위의 주체는 서울중앙지법이다. 그러나 기사의 문장은 소장을 낸 사람의 행위에다 ‘접수하고’라는 말을 썼기 때문에 주술이 어긋나 있다. 틀린 줄도 모르고 흔히 쓰는 말이다.
“소장을 제출했다”로 하면 반듯하다. 이○○은 소장을 제출했고 중앙지법은 접수한 것이다. ‘제출했다’를 ‘냈다’로 하면 더 간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