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이 서로 비슷한 말을 ‘유의어’(類義語)라고 한다. ‘유의어’는 뜻이 서로 비슷하기는 하나 동의어에서는 조금 더 멀어진 말이다.
“성장과 경제성을 아무리 외쳐도 거기에 인간이 빠져 있다면 죽은 조개껍질의 나라일 뿐이다.” 중앙 일간지 칼럼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껍질과 껍데기는 유의어라고 하겠다. 사전을 찾아보면 ‘껍질’은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로, ‘껍데기’는 ‘달걀이나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로 풀이하고 있다. 딱딱한가, 딱딱하지 않은가에 따라 두 말이 나뉜다. 그런데도 표준국어대사전은 ‘조개껍질’과 조개껍데기를 함께 올려놓았다. 껍질과 껍데기의 풀이에 갖다 대보면 ‘조개껍질’은 어긋난다.
이 두 말을 가치 개념으로 생각해 보면 간단치 않다. ‘껍질’은 ‘알’과 맞서는 말로 서로 가치중립적이다. “벼가 알이 찼다”에서 ‘알’은 벼 열매의 속 부분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벼 열매에서 알과 껍질은 물체의 구성 부위를 지칭하는 가치중립적 개념이다. 그러나 사전의 해석을 벗어나 ‘벼껍데기’라는 말을 상정해 보면 이는 ‘알맹이’와 맞서는 가치 판단적 개념이다. 물체의 구성 부분을 유용한 알맹이와 쓸모없는 껍데기로 나눈 것이다.
조개에서 조갯살과 조개껍질을 가치중립적으로 본다면 ‘껍질’을 수긍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사에서는 형편없는 것이라는 뜻으로 썼으므로 ‘껍데기’가 옳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