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명사 앞에 붙어 ‘묵은’, ‘낡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 ‘구-’가 있다. ‘구세대, 구제도, 구시가지’ 등으로 쓰인다. 이 말은 한자 ‘舊’에서 온 말로서 ‘신’(新)과 맞선다. 따라서 ‘신세대, 신제도, 신시가지’ 등의 말도 있다.
“탈냉전과 함께 이념적 경직의 마술에서 깨어나고 구소련 외교문서의 대규모 공개에 힘입어…” 6·25 전쟁의 성격을 다룬 중앙 일간지 칼럼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지금은 몰락하고 없는 ‘소련’을 ‘구소련’이라고 했다. 접두사 ‘구-’와 ‘신-’의 맞섬으로 보면 ‘구소련’은 ‘신소련’이라는 짝을 갖지 못한다. 소련이 몰락하고 다시 소련이 생겨났다면 ‘구소련’과 ‘신소련’으로 구분할 수 있겠지만, 소련은 몰락한 소련 그것뿐이다. 접두사 ‘구-’와 ‘신-’이 맞서지 못하고 어느 한쪽만 있는 말은 이상하게 느껴진다. 멸망한 고려와 조선은 그냥 고려이고 조선이지, ‘구고려’, ‘구조선’은 이상하지 않은가.
‘신한국’이라는 짝을 갖지 못한 ‘구한국’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다. 구한국은 1897년 10월12일부터 1910년 8월29일까지의 이 땅의 국호인 ‘대한제국’의 다른 호칭으로 흔히 ‘구한말’이라고도 한다. 대한제국을 ‘구한국’이라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과 구별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신한국’이라는 말을 품고 있다.
일부 사전은 ‘구’(舊)를 관형사로 올려 ‘지난날의’, ‘지금은 없는’으로 풀이하고 있다. 굳이 이 뜻에 맞추어 ‘지난날의 소련’이란 뜻으로 쓰려면 ‘구 소련’으로 띄어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