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지식이나 업무처리 능력, 기술이 뛰어난 사람을 ‘베테랑’이라고 한다. 그래서 ‘베테랑 기술자’, ‘베테랑 배우’, ‘베테랑 경찰관’과 같은 표현을 쓴다. 여기서 ‘베테랑’은 프랑스말을 받아들인 것인데, 이는 ‘나이 든’을 뜻하는 라틴말 ‘베투스’(vetus)에서 왔다. 즉 라틴말에서 프랑스말로 전해지면서 ‘나이 든(사람)’이라는 뜻에서 ‘노련한(사람)’이라는 뜻으로 번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실은 프랑스말에서는 원래 ‘퇴역 노병’을 뜻하는 말이고, 이로부터 ‘숙련가’, ‘전문가’라는 뜻으로 번졌다고 한다. 이와 달리 우리말에서는 나중에 번진 뜻으로만 쓰인다. 이는 일본말이나 영어의 영향으로 생각되는데, 일본말은 우리와 이 말의 쓰임이 같고 영어가 베테랑을 ‘베터런’(veteran)으로 받아들이면서 ‘숙련가’라는 뜻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역 노병’이라는 뜻이 아예 없는 우리말과 달리 영어에서는 이를 두 번째 뜻으로도 쓰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영어에 비해 원래의 프랑스말과 상대적으로 조금 더 달라진 것은 영어가 프랑스말을 바로 받아들였고 우리는 다른 언어를 거쳐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런 현상으로 알 수 있듯이, 어떤 언어에서 시작하여 다른 언어들로 낱말이 퍼질 때에는 퍼지면 퍼질수록 원래의 모습에서 멀어져 가는 것이 보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