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삘건색’은 ‘빨간색’이다. ‘삘겋다’는 표준어 ‘뻘겋다’에 대응하는 고장말로, 주로 전라도와 충남 지역에서 쓴다. “허기넌 요분참에 아랫것덜 대가리에 전보담 삘건 물이 더 진허게 들고, 맘보도 솔찬허니(상당히) 변혔을 것이요.”(<태백산맥> 조정래) ‘삘겋다’의 또다른 고장말은 ‘삘건허다’와 ‘삘허다’인데, 모두 전라도에서 쓰인다. “그눔이 예수쟁이라서 그렇제 속이야 수박 속맹키로(속처럼) 삘건헌 것이 염상진이 눔허고 하나또 달븐 디가 웂는 놈이랑께요.”(<태백산맥> 조정래) “마침 거그 꺼멍 소 한 마리허고 삘헌(붉은) 소 한 마리가 가만히 엎대어 누워 있어.”(<혼불> 최명희)
전라도에서 ‘꺼멓다, 노랗다’ 등과 같이 빛깔을 나타내는 대부분의 어휘들은 ‘삘겋다’에서 볼 수 있듯이 ‘삘건허다, 삘허다’와 같이 단어의 꼴이 바뀌어 쓰인다. ‘파랗다’와 ‘노랗다’도 마찬가지다. ‘꺼멓다’는 ‘꺼먼허다, 껌허다’, ‘노랗다’는 ‘노란허다, 놀허다’와 같이 쓰이는데, ‘ㅎ’이 탈락하여 ‘꺼먼어다, 껌어다’와 같이 쓰이기도 한다. 또한 단어의 꼴이 바뀌면서 뜻도 조금씩 바뀌었다. ‘노란허다’는 ‘좀 노랗다’, ‘놀허다’는 ‘꽤 노랗다’ 정도의 뜻 차이를 갖게 된다. “놀허니 색이 참 곱기도 혀잉.”(<겨레말>) “참에(참외)가 노란허니 참말로 맛나게 익었구먼!”(<겨레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