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큼’은 조사로도 쓰이고, 의존명사로도 쓰인다. “나도 너만큼 할 수 있다”에서는 조사, “나도 네가 한 만큼 할 수 있다”에서는 의존명사다. 의존명사는 다른 말 아래에 기대어 쓰이는 형식적인 명사다. 의존명사 중에는 문장에서 부사어로 쓰이는 것이 있다. ‘만큼, 대로, 채’ 따위로서 흔히 부사성 의존명사라고 한다. “마음먹은 대로 해라”라는 문장에서 의존명사 ‘대로’는 동사 ‘해라’를 꾸미는 부사어로 쓰이고 있다.
“그 당시의 사정이 달랐던 만큼 그들의 임기 또는 집권 말년과….” 전직 대통령들의 임기 말년을 다룬 신문 칼럼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여기서 ‘달랐던 만큼’과 같은 문장 구조에서의 ‘만큼’을 사전마다 다르게 풀이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의존명사로서 ‘뒤에 나오는 내용의 원인이나 근거가 되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니만큼’을 찾아보면 의존명사 ‘만큼’과 같은 뜻을 나타내는 연결어미로 풀이한다.
‘-ㄴ만큼’을 실은 사전도 있다. 연결어미 ‘-니만큼’의 준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용한 기사 중의 ‘달랐던 만큼’은 ‘달랐던(관형어)+만큼(의존명사)’으로 볼 수도 있고, ‘달랐더(다르다의 과거회상형)+니만큼(연결어미)’이 줄어서 ‘달랐던만큼’으로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띄어쓰기도 달라진다. ‘달랐던만큼’은 ‘달랐으므로’와 같은 쓰임새이므로, 필자의 생각으로는 의존명사로 보기보다는 연결어미로 보는 쪽이 의미의 흐름상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