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드민톤’과 ‘아수한 이별’
2000년 6월에 남북 정상회담이 있은 뒤, 민족 화해의 분위기는 9월에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열린 올림픽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개막식과 폐막식에 남과 북이 한반도 깃발을 들고 나란히 입장하였으며, 대회 중에는 서로 상대방 경기장을 찾아가 응원하는가 하면 선수촌을 방문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격려하기도 하였다. 이때 우리 쪽 배드민턴 선수가 북녘의 선수촌을 방문한 일이 있다. 북녘 선수는 반가이 맞이하면서 어떤 종목의 선수인가를 물었다. 남녘 선수는 ‘배드민턴’이라고 대답을 했다. 북녘 선수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아! 바드민톤” 하고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북녘에 ‘아수하다’라는 말이 있다. “아깝고 서운하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따금씩 열리고 있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서 남은 생애가 얼마 되지 않은 남북의 혈육이 짧은 시간을 같이하고 난 뒤 기약 없이 눈물로 헤어지는 사례들을 보아왔다. 참으로 아수한 장면이다. 이보다는 못하지만 북한의 문학작품에는 “내 오늘 마님한테 생원님이 떠날 것 같다는 말을 했더니 마님 얼굴이 대번에 해쓱해지질 않겠어. 이건 헤여지기 아수해서 그러는 거야. 헌데 서분인 나만 보면 싫다면서 가라구만 하니 이게 어디 될 법이나 한 일이야!”(<김정호>, 강학태, 문예출판사, 1987년, 127쪽)와 같은 예가 나온다.
전수태/고려대 전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