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수로 가찹데이’는 ‘굉장히 가깝다’는 뜻이다. ‘가찹다’는 표준어 ‘가깝다’에 대응하는 고장말로, 경기도를 제외한 한반도 대부분의 지역과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우리 동포들 사이에서 두루 쓰인다. 그래서인지 북녘에서 간행된 <조선말대사전>에는 ‘가찹다’가 버젓이 문화어의 자격으로 올라 있다. “이 지지리도 못난 것아, 앓고 누웠다꼬 무신 소양이로, 눈 딱 깜고 가차분 갱변이라도 쫌 댕겨라.”(<깊은 강> 김주영>) “그러먼 피도 살도 안 섺인 성님이 가찹소오. 살 섞은 내가 가찹소?”(<혼불> 최명희) “그 땅이 습하이가 토질이 걸구 동네서 가차분 것두 여직 버려졌던 땅이 아니였소?”(<눈물젖은 두만강> 최홍일, 재중동포 작가)
‘가찹다’가 경기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모든 지역에서 두루 쓰이는 고장말이라고 할지라도 그 쓰임이 모든 면에서 같은 것은 아니다. 가령 경상도나 함경도 사람들(재중동포 포함) 사이에서는 ‘가찹다’에 어미가 결합할 경우 ‘가차분, 가차버서’라고 하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가차운, 가차워서’라고 한다. 잘 알려진 대로 ‘춥다’에 ‘-어서’가 결합될 때 대부분 지역에서는 ‘추워서’라고 말하지만, 경상도나 함경도 지역에서는 ‘추버서’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 땡땡 추분 겨울에 가먼 또 어디로 갈 기라꼬.”(<태백산맥> 조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