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눈도 많이 오고 강추위가 계속되어 다른 해보다 좀 색다른 느낌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농한기를 맞은 겨울 농촌에서 그 지방 고유의 음식을 마련하여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방송에 자주 나온 것도 아마 유난히 춥고 긴 겨울 탓이 아니었나 싶다. 이때 나온 음식 가운데 하나가 두부와 묵이었다. 우리는 잘 쓰지 않지만 북녘에는 ‘앗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두부나 묵 같은 것을 만들다”의 뜻이다. 문맥에서 예를 들면 “뜻밖에도 김정숙 동지께서는 서도실이와 함께 콩물을 끓이고 계시였다. 어제밤 두부를 앗겠다고 콩을 불쿠시더니 어느새 망에 콩물을 낸 것이다.”(<그리운 조국 산천>, 박유학, 문예출판사, 1985년, 361쪽)와 같이 쓰인다. 남녘말은 ‘불리다’이고 북녘말은 ‘불구다’인데 ‘불쿠다’는 ‘불구다’의 센말이다.
‘호함지다’는 말은 “마음에 흐뭇할 만큼 탐스럽다”의 뜻이다. “앞날의 모든 일을 지금 당장 다는 예상할 수 없지만 큰 포부와 희망을 품고 북만땅을 떠나 여기 백두산 지구까지 일부러 찾아나오신 장군님께서는 백두산 밀영에서 맞게 되신 첫 아침에 푸지고 호함지게 내린 첫눈을 보시던 순간부터 한량없이 마음이 밝고 명랑해지시였다.”(<압록강>, 4·15 문학창작단, 문예출판사, 1983년, 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