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학교 문법에서는 ‘이다’는 서술격조사로, ‘아니다’는 형용사로 분류한다. 이 두 낱말의 씨가름(품사 분류) 문제는 학계의 오랜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가장 큰 갈래가 현행 서술격조사설과 잡음씨(지정사)설이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는 식으로 올인을 해야 성공한다.” 신문 칼럼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라는 문장을 뜯어보면 매우 재미있다. 낱말은 ‘기다’와 ‘아니다’ 두 개뿐이다. 활용형 단위로 헤아려도 네 개다. 하지만 문장은 아주 복잡하다. 네 낱말이 모두 하나의 문장(절)이다. 문장을 보통 단문, 복문, 중문, 혼문으로 나누는데, 위의 짧은 예문은 가장 복잡한 혼문이다. ‘기면 기고’는 주절과 종속절로 된 복문이고, 뒤의 ‘아니면 아니다’ 또한 같은 형태의 복문이다. 이 두 복문이 대등절로 이어져 중문 형식을 갖추고 있어 전체 문장은 혼문이다.
사전은 ‘기다’를 ‘그것이다’가 줄어든 말로 풀이하고 있다. 대명사 ‘그것’에 서술격조사 ‘이다’가 결합한 말이다. ‘그것이다’에서 ‘것이’만 떼어 살펴보자. 표준어권에서 ‘것이’는 ‘게’ 또는 ‘거’로 줄어든다. ‘이것이’가 ‘이게’로 되고 ‘이것이다’는 ‘이거다’로 된다. 영남지방에서 ‘것이’는 철저하게 ‘기’로 줄어든다. ‘이것이’는 ‘이기’로 되고, ‘이것이다’는 ‘이기다’로 된다. 예외가 거의 없다. ‘그것이다’가 ‘기다’로 줄어든 데에는 영남 방언에서의 말 줄이기가 차용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