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학 연령이 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음악 시간에 처음 배우는 것 가운데 7음계가 있다. 바로 ‘도, 레, 미, 파, 솔, 라, 시’이다. 이를 통틀어 ‘계이름’ 또는 ‘계명’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서양 사람들도 거의 비슷하게 부르며, 우리 전통 음계는 12음계인데 이름도 아주 다르니 이 7음계가 서양의 어느 말에서 나온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7음계의 이름이 원래부터 있던 것은 아니고 애초에는 시(C), 디(D), 이(E), 에프(F), 지(G), 에이(A), 비(B)로 표시되었는데, 11세기 초 이탈리아 수도승인 귀도 다레초(Guido d’Arezzo)가 제자들을 위해 부르기 쉬운 이름을 고안한 결과가 지금의 7음계 이름이라 한다. 귀도 다레초는 어떤 성가의 각 행 첫 음절을 따서 이 계명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도’가 아니라 ‘우트’(ut)였다가 나중에 라틴말로 하느님이라는 뜻의 ‘도미누스’(Dominus)에서 ‘도’를 따왔다.
서양에서도 언어마다 계이름이 조금씩 다른데, 프랑스말에서는 ‘도’ 대신에 ‘위트’(ut)도 존재하며, 영어에서는 ‘시’(si) 대신에 ‘티’(ti)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서양 계명은 이탈리아말에서 왔다고 할 수 있을까? 계명을 딴 그 성가의 가사가 라틴어로 된 것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이 글이 담은 내용이 바르다면 라틴어를 재료로 이탈리아 사람이 만들었다고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