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름 짓기
1990년대에 남북한의 교과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을 조사한 일이 있다. 남한 교과서에서는 남자 이름에 ‘영수’, 여자 이름에 ‘영주’가 빈도가 가장 높았고, 북한 교과서에서는 남자 이름에 ‘수원’이, 여자 이름에 ‘순희’가 제일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었다.
요즈음 유행하는 고유어 이름에는 단어 형태로 된 것이 많아 필자가 아는 ‘예슬’이만 해도 8명 정도이고 지난 학기에는 두 ‘아름’이가 내 강의를 들었는데 이번 학기에는 두 ‘소라’가 내 강의를 듣고 있다. 이름이 단어 형태로 지어지는 것은 북한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북한에서 고유어 이름이 지어지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름 짓는 실마리에서 보면 희망과 기대를 반영한 것에 ‘참’, ‘세찰’, ‘억세’, ‘빛남’, ‘슬기’, ‘힘’, ‘시내’, ‘노을’, ‘구슬’, ‘거울’ 등이 있고, 태어난 계절이나 시간을 반영한 것에 봄, 봄이, 여름, 보름, 아침 등이 있다. 또 태어난 고장 이름에서 ‘솔메’, ‘새길’이 있는데 ‘솔메’는 솔메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이고, ‘새길’은 새길동에서 태어난 아이이다. 또 태어난 차례가 실마리가 된 것은 ‘한송’, ‘두송’; ‘시내’, ‘다시내’; ‘한쇠’, ‘두쇠’; ‘한바위’, ‘두바위’ 등인데 이들은 모두 형제이고, 생김새를 따른 것은 ‘동실’, ‘감실’, ‘고운’ 등인데 감실은 가무잡잡하다는 뜻이다.
전수태/고려대 전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