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전직 대통령 한 분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의 일이다. 상대 후보 쪽에서 건강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대통령의 건강이란 필수 사항이므로 당시 비교적 고령이었던 후보의 건강 문제를 건드림으로써 선거전에서 득을 보려는 전략이었을 것이다. 고령이라고 해서 반드시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고령을 건강에 결부시키는 것은 크게 무리가 있는 일이 아니므로, 고령의 후보 쪽 캠프에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때 그 후보의 참모 가운데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오줌발이 나보다 세더라.” 상대 후보 쪽에서 자꾸 건강 문제를 건드리니까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오히려 젊은 나보다 건강하더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건강의 척도로 ‘오줌발’을 들었다. 보편적 상식으로 무리가 없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 사람 그렇게 형편없는 사람이냐. 늙은이보다도 오줌발이 약하단 말이냐?” 하고 나섰다.
‘나보다 세더라’는 말은 ‘내가 약하다’는 말과 같은 뜻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어느 쪽이 고정항이고 어느 쪽이 비교항인지를 짚어야 한다. ‘나보다 세더라’고 했을 때 고정항은 ‘나’다. 나는 젊은 나이의 보통사람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보다 세다면 아주 센 것이다. 그런데 고령의 후보를 고정항으로 해서 젊은이를 형편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악의적인 말 비틀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