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다 보면 어쩐지 몸에 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분명히 우리말인데도 우리말 같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대부분 외국어를 우리말로 번역했을 때 그렇다. 이런 글을 흔히 ‘번역 투 문장’이라고 한다. 번역이라는 작업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완벽하게 번역을 했다면 ‘번역 투 문장’이라는 말이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만큼 번역이 설되었다고 할 것이다.
번역 투가 번역문에만 갇혀 있으면 그래도 좀 낫겠는데, 이런 투가 일반화되어 처음부터 우리말로 쓴 글에까지 끼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피동문의 남발이다. 우리말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능동문으로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원문이 피동문이어도 우리말로 옮길 때는 능동문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특훈교수는 최고 가운데 최고라는 영예와 함께 특전이 제공된다. 연봉을 30% 이상 더 받고 정년 후에도 비전임 교수로 계속 임용되는 혜택이 주어진다.”
신문 기사에서 잘라온 문장이다. 번역문도 아니고 처음부터 우리말로 쓴 기사인데도 ‘번역 투’가 느껴진다. ‘특전이 제공된다’는 ‘특전을 제공한다’로, ‘임용되는’은 ‘임용하는’으로, ‘혜택이 주어진다’는 ‘혜택을 준다’로 바꾸어서 읽어보면 뭔가 착 달라붙는 느낌이 들 것이다. ‘주어진다’ 같은 형태는 어법상 가능하다고는 해도 억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