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의 보배인 <삼국유사>를 지은 절이 경북 군위의 인각사(麟角寺)다. 여기 인각은 기린의 뿔을 이른다. 절의 동쪽과 서쪽은 기린의 뿔로 알려진, 팔공산맥이 뻗어내린 화산(華山)의 가지가 흘러 내려와 둥지를 틀고 있다. 기린의 뿔 위에 지은 절이라 하여 생긴 이름이다.
문헌을 보면, 기린의 기(麒)는 수컷, 인(麟)은 암컷을 이른다. 중국의 전한 말엽 경방(京房)이 지은 <역전>(易傳)에 이르기를, ‘인’은 몸이 사슴 같고, 꼬리는 소와 같으며, 발굽과 갈기는 말과 같으며, 빛깔은 5색이라고 하였다. 봉황과 마찬가지로 기린이 나타나면 거룩한 임금이 나타날 징조라고 여겼다. 한마디로 기린은 상상 속의 짐승이었다. 암컷 기린은 이마에 뿔이 하나 돋아 있고 끝에 살이 붙어 있어 다른 짐승을 해치지 않는다. 그래서 기린은 어진 짐승의 표상으로 보았다. 기린을 뛰어난 인물에 비유하고, 그래서 뛰어난 젊은이를 ‘기린아’(麒麟兒)라고 한다.
우리말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기린의 풀이는 달라진다. 코끼리를 ‘코가 길다’ 해서 지은 것처럼 기린은 키가 짐승 가운데에서 가장 크다. 크다는 것은 긴 것이다. 그러면 기린은 목이 가장 긴 짐승이므로 그리 붙인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