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기업형 슈퍼마켓을 동네 골목골목에 두려고 하면서 소규모 가게를 운영하는 지역의 개인사업자들과 벌이는 신경전이 한창이다. 기업형 슈퍼마켓을 옹호하는 쪽은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과 자율경쟁이라는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근본 원리를 내세우고, 반대쪽은 경제적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여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도덕률을 주장한다. 자본력을 앞세운 기업형 슈퍼마켓이 더욱 싼 가격을 제시할 것이고, 개인의 소규모 점포들이 이에 맞서려면 ‘마진’을 충분히 남기지 못하므로 지역 상권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마진’은 영어 ‘margin’을 따온 것으로 ‘상거래 결과로 생기는 금전적 이익’, 즉 이문(利文)을 뜻하는데, 실은 영어엔 이런 뜻이 없어 이른바 콩글리시에 속한다. 영어 ‘마진’은 ‘여유, 여백, 가장자리, 차액’ 정도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이문’을 뜻하는 영어 표현은 ‘프로핏 마진’(profit margin) 또는 ‘마진 오브 프로핏’(margin of profit)이다. 그런데 ‘마진이 없다’라는 어설픈 표현보다는 ‘남는 것이 없다’ 또는 ‘이익/이문을 보지 못한다’, 그리고 ‘마진이 얼마다’는 ‘얼마가 남는다’ 또는 ‘이익/이문이 얼마다’ 정도로 충분히 쉽게 말할 수 있다.
한편 ‘마진’은 경제 용어로서 ‘판매 가격과 매출 원가의 차액’, ‘생산비를 메울 만한 최저 수익’, ‘증권 거래에서의 위탁증거금’을 뜻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