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 비닐백, 비닐하우스, 비닐장판 등등 우리 주변에는 비닐을 이용하여 만든 물건이 아주 많다. 만약에 비닐이 갑자기 없어진다면 생활하기가 매우 불편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렇지만 이것이 너무 흔해져서 그만큼 산과 들에 꽤 버려져 자연을 더럽히기도 한다. 결국 빨리 썩어 없어지는 비닐이 발명되었으나, 비용 문제로 아직 많이 쓰이지는 않는다.
‘비닐’은 영어 ‘vinyl’을 일본이 라틴어 읽는 식으로 ‘비니루’(ビニ-ル)로 받아들인 것을 다시 우리가 들여온 것으로 보인다. 연세가 꽤 드신 분들이 ‘비니루’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원래 ‘비닐’은 유기물질의 일종을 가리키는 전문용어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세틸렌을 주원료로 하여 만든 합성수지인 비닐수지나, 비닐수지의 하나인 비닐알코올수지의 용액이나 융해액으로 만든 비닐섬유를 이용하여 만든 제품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쓰고 있다. 비닐 제품은 젖지 않고 공기가 통하지 않으며, 모양을 만들기가 쉬워 유리, 옷감, 가죽 따위의 대용품으로 쓴다.
영어에서 ‘비닐’은 ‘바이늘’ 정도로 발음되는데, 실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플라스틱’(plastic)이라는 말을 쓰며, 우리의 ‘비닐백’은 ‘플라스틱 백’, ‘비닐하우스’는 ‘(플라스틱) 그린하우스’라고 이른다. 단, 시디(CD) 즉 콤팩트디스크가 나오기 전에 음반으로 활용했던 레코드판은 ‘바이늘 디스크’(vinyl disk)라 불린다고 한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