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가락국기에, 수로왕 3년 완하국 함달왕의 아들 탈해가 가락국의 왕위를 뺏으려 가락에 오니 수로왕이 거절하고, 탈해와 도술로써 시합을 하는데 그가 매면 왕은 독수리가 되고 그가 참새가 되면 왕은 새매로 변신하므로 탈해가 항복하고 달아나니 왕이 수군 500척을 내어 신라 경계까지 내쫓았다.”(삼국유사에서)
독수리는 매보다 한 수 위다. 힘이 있는 이가 그렇지 못한 이를 앞서고 다스리게 된다. 이게 자연의 섭리이며 살아가는 모습이다. 어찌 보면 공평하지 않음이 대자연의 질서다. 얼핏 보기로 힘센 것이 반드시 강한 것만은 아니다. 낱개로 보면 메뚜기가 사자를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메뚜기 떼가 달려들면 잠자던 사자는 순간에 뼈만 앙상하게 남게 된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힘이 있는가를 한가지로 정의하기란 매우 어렵다.
독수리의 갈래로는 대머리독수리와 참수리, 검독수리와 흰꼬리수리, 흰목독수리와 흰죽지수리, 항라머리검독수리와 물수리가 있다. 날개를 폈을 때 약 1~3m에 이른다. 온몸이 어두운 갈색을 띠며, 뒷머리에는 엷은 암갈색의 부드럽고 긴 솜털이 있다.
독수리의 독은 대머리 독(禿)을 쓴다. 독수리의 생김새는 매나 수리와 비슷하고 뒷머리가 벗어지는 수가 많다. 한편 수리는 으뜸이란 뜻. 따라서 독수리란 ‘대머리 모양의 으뜸 새’다. 독수리가 되어 보고자 하는 열망이 우리의 영계를 날아다니고 있다.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