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발아
사람이름을 다룬 논문을 살피면 성격을 나타낸 이름으로 ‘발발아’를 들곤 한다. ‘발바리’를 연상한 나누기로 생각된다. 문헌을 살피면 전혀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순조 1년, 신유사옥이 있었다. 포도청에서 죄인들을 형조로 옮기고 결안(사형할 죄로 결정한 문서)을 바쳤다. 강성의 노파 완숙은 ‘사특한 책’(성경)에 물들어 아비 홍지영에게 내쫓겼으며 아들 홍필주를 데리고 서울로 와 주문모를 받들고 갈륭파(골롬바)라는 이름을 받았다. 강씨 딸 경복은 폐궁의 나인으로 ‘선아’(수산나), 윤씨 딸 점혜는 ‘아가대’(아가다), 궁인인 영인은 ‘비비아라’(비비아나), 순매는 ‘발발아’(바르바라)라는 이름을 주문모에게 받았다. 지금으로 말하면 ‘발발아’는 세례명 ‘바르바라’였던 셈이다. 조선 후기로 들어서면서 세례명이긴 하나 사람이름에서 유럽 문명과 접속되기 시작하였다.
사람이름에 ‘야랑덕이·야랑쇠·야랑쥰이’도 보인다. 밑말 ‘야랑’은 무엇일까? 야인 이름에 ‘야랑개/야랑가’와 같은 이름에서 ‘야랑’이 밑말로 쓰이고 있다. 사람이름 ‘미라로·미마이·사구리’는 일본 사람 이름으로 보인다. ‘망내’는 야인지역·한반도·일본열도에 걸쳐 쓰인 사람이름이다.
낯선 사람이름이 적잖다. 그중에는 향화인(귀화인)의 이름도 있다. 사람이름의 공간 및 시대 분포는 사람과 문화의 드나듦을 보여주기도 한다.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