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나 직장에서 체육대회를 열면 빠지지 않는 종목으로 달리기나 줄다리기가 있다. 달리기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이어달리기인 듯하다. 이어달리기는 달리는 이들이 바뀜에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최고의 긴장감을 주어서 대개 체육대회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특히 바통을 잘 이어받지 못하거나 떨어뜨리는 순간, 응원하는 이들이나 구경하는 이들의 탄식이 운동장을 뒤덮기 마련이다.
이어달리기 경주에서 주자들이 주고받는 목재나 금속재의 둥근 막대를 가리키는 ‘바통’은 막대기·지팡이 등을 뜻하는 프랑스 말 ‘baton’에서 왔다. 육상 규정에 따르면 이는 표면이 고르고 속이 빈 관형(管型)이어야 하며, 길이는 28~30㎝ 이내, 둘레는 12~13㎝, 무게는 50g 이상이어야 한다. ‘바통’을 흔히 ‘바톤’이라고도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대로 하면 ‘바통’이 옳다. 영어라면 그 발음에 따라 ‘배턴’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 앞 주자가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것을 ‘바통터치’(baton touch)라고 하는 것은 일본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통에 손을 대는 것만으로 경주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좀 이상한 표현이라는 생각을 했던 분들이 계실 듯하다. 본래의 영어 표현은 ‘배턴패스’(baton pass)이다. 이에 해당하는 ‘바통을 넘기다’(넘겨받다)라는 표현은 비유적으로 의무나 권한, 임무 따위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넘겨받는다)는 뜻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