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치미 좋아!
‘엄치미’는 표준어 ‘꽤, 제법, 많이’에 대응하는 고장말로, 주로 경상 지역에서 쓴다. “사나라꼬(남자라고) 일로(일을) 엄치미 한다.” ‘엄치미’와 유사한 말로는 ‘엉체미~엉채미’를 들 수 있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선 ‘엉체미’를 ‘많이’의 잘못으로 풀이했다. 또 <우리말큰사전>에서 ‘엉체미’는 ‘많이’의 고장말로만 풀이했으나, <한국방언연구>에서는 함경북도 고장말로 보고한 바 있다.
‘엄치미’와 ‘엉체미’는 모두 ‘대견하다, 대단하다’라는 뜻의 경상도 고장말 ‘엄첩다’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여보게 만술아비/ 니 정성이 엄첩다/ 이승 저승 다 다녀도 인정보다 귀한 것 있을라꼬”(박목월의 시 ‘만술 아비의 축문’)
‘엄치미’와 대응하는 또다른 형태의 경상도 고장말은 ‘엄치’다. “날이 샐라 카믄 엄치 있어야겄지?”(<토지>, 박경리) 겉으로 보면 ‘엄치’가 ‘엄치미>엄치’와 같은 변화를 겪은 고장말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꼭 그렇다고만은 볼 수 없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나타나는 ‘엄칭이’(엄청, 많이)는 부사 ‘엄청’과 부사를 만드는 토 ‘-이’가 결합된 ‘엄청이’가 ‘엄청이>엄쳉이>엄칭이’로 변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근디, 굿값얼 앞돈만도 엄칭이 줬다미로?” 따라서 고장말 ‘엄치’나 ‘엄치미’는 ‘엄칭이>엄치이>엄치’ 혹은 ‘엄첩이>엄쳅이>엄칩이>엄치미~엄치’와 같은 변화를 겪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