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
“늪은 보랏빛 가시연의 향으로 가득하네./ 왜가리와 백로 무리 온 세상 시름을 다 잊어/ 노란 댕기로 날아오르는 저어새의 저 품새로/ 노을에 물든 물살을 가르는 나룻배의 명상”
우포늪의 저녁노을 지는 한때를 사랑하는 사람들. 우포늪에서 세계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람사르 총회가 열려 자연 사랑을 새롭게 일깨웠다. 저어새는 전세계를 통틀어 1000여 마리뿐이다. 정말 드문 새인데, 여름이면 우포늪으로 찾아온다. 텃새가 아닌 여름새다. 부리와 눈과 다리를 빼면 온몸이 흰색이다. 천연기념물 205호로 몸 크기는 왜가리와 아주 비슷하다.
얼핏 보아 저어새의 두드러진 점은 부리의 생김새다. 영어로는 스푼빌(spoonbill)이다. 미루어 보건대, 스푼빌의 ‘스푼-숟가락’에서 비롯한 이름이 아닐까 한다. 젓가락 사용이 한국인의 머리를 발달시키는 하나의 고리가 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밥을 떠먹는 숟가락과 저어새의 부리 모양이 닮았다. 밥이 하늘이라는데, 요즘 우리는 먹고 살아야 할 음식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저어새의 부리를 떠올리며 되돌아보게 된다. 마치 선조들이 쓰던 박물관의 큰 숟가락 같지 않은가. 새는 예의 부리로 물속을 저어(攪) 헤엄치며 먹잇감을 찾는다. 부리가 커서 일단 가까이 있는 먹을거리를 놓치지 않는다. 입이 가장 중요한 삶의 그릇이니까.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