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2년 오월 초사흗날 진시에 영조 임금은 진수당 약방으로 진찰을 받으러 갔다. 도제조 홍치중, 제조 김재로 등이 차례로 임금을 뵈러 탑전에 엎드렸다. 김재로가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선혜청에서 만 섬을 먼저 실어 보내려 해도 나를 배가 모자라 각 고을에서는 선혜청 배가 오길 기다리지 못해 스스로 배를 얻어 실어가고 있으며 이번에 온 박갑태는 뱃사람이 아닌데 도사공이라며 내려갔다 하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본 고을의 진성(보고서)인즉 ‘박삽살이’의 배에 함께 실어 서울로 올려보냈다고 하는데 또한 올라오지 않고 있으니 간교한 꾀를 쓰는 것은 아닌지 생각되며 관련 관청에서 조사를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삽살이’는 ‘삽사리’(沙邑沙里)로도 적으며 사내·계집 모두의 이름으로 널리 쓰였다. 삽사리는 메뚜깃과의 곤충으로 몸집이 작고 누르스름하다. 털이 복슬복슬 많이 나 있는 개 또한 ‘삽사리/삽살개’라 하며 천연기념물이다.
풀벌레를 비롯하여 지렁이·애벌레 따위 작은 연체동물도 뭉뚱그려 ‘벌레’라 하는데 사람이름에는 ‘벌개·벌거·벌에·벌애·벌거지·큰벌어지’ 따위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벌게’(벌개)는 고장말에 널리 쓰이고 있다. 고장에 따라 메뚜기·방아깨비 따위 곤충을 ‘땅개비’라 일컬으며, 줄여 ‘땅개’라고도 한다. 사람이름에 보이는 ‘당개’는 이를 적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