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가 무색하게 매서운 추위가 며칠 동안 머물렀다. 그래 봐야 더 추웠던 시절이 많았으니 별것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또 활동적인 분들은 아무리 추워도 바깥 운동을 즐기는데, 이 정도의 추위는 아랑곳하지도 않을 듯하다.
겨울 운동 가운데 제철이 되면 방송에 곧잘 소개되는 것이 등산이다. 그 중에서도 얼음벽 오르기(빙벽 등반)는 매우 위험해 보이는데도 연약한 여성들이 꽤 도전하는 것으로 소개된다. 밧줄 한 가닥에 몸을 의지한 채 수직의 얼음벽을 거침 없이 오르는 모습은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등산 장비를 일컫는 말 중에 ‘자일’이 있다. 우리의 말법으로 이는 등반용 밧줄을 뜻하는데, 독일말 ‘Seil’에서 왔다. 독일말에서는 등반용 밧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줄이나 끈 또는 밧줄을 두루 이른다.
등산 용어 중 다른 독일말로 ‘아이젠’(Eisen)이 있다. ‘아이젠’은 미끄러지지 않도록 신발에 채우는 톱니 달린 덧신인데, 독일말에서 원래 뜻은 ‘쇠’ 또는 ‘철물’ 정도다. 등산 장비로서의 본디 독일말은 ‘슈타이크아이젠’(Steigeisen)인데, 일본에서 ‘슈타이크’가 떨어져 ‘아이젠’이 된 다음 우리말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의 등산 장비를 일컫는 말에 끼어 있는 독일말은 일본이 등산 용어를 독일말에서 들여온 것을 다시 우리가 받아들인 경우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