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구울개
사람이름
1452년, 충청도 연산 사는 ‘왕구울개’(往仇于乙介)라는 어른의 나이가 101살이 되었다. 단종 임금은 해당 지역 관아로 하여금 늘 살피고 받들게 하였다.
‘往’(왕)이라는 성씨가 있을까? 문헌을 살피면 ‘왕두라·왕모디·왕리·왕석·왕청’(往豆羅·往毛知·往里·往石·往聽)도 있다. 왕이 성씨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나 족보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구르다’는 옛말로 ‘구울다’이므로 ‘구울개’는 이로부터 비롯되었음이 분명하다.
‘굴’로 시작하는 이름에 ‘굴이·굴개·굴동이·굴금이·굴독이·굴에·굴운이’가 있다. ‘굴개’와 ‘굴에’(仇乙於伊)는 같은 뿌리로 보인다. 굴레는 말이나 소 따위를 부릴 때 머리와 목에서 고삐에 걸쳐 얽어매는 줄과 베틀에서 베를 짤 때 바디집(바디틀)에서 바디 살이 고정되도록 매는 끈을 이른다.
달리 어린이 방한용 머리 꾸밈에도 굴레가 있다. 의궤를 보면 ‘굴개’(拘乙介)는 ‘걸레’(擧乙乃)와 거의 함께 나오며 베나 모시로 만든다. ‘굴게/굴레’로도 적은 ‘굴개’는 걸레 비슷한 행주인 듯도 하다. ‘굴이·굴동이’는 굴에서 태어났을까? ‘굴독’은 옛말로 굴뚝이다.
‘왕구울개’는 충청도, ‘왕두라’와 ‘왕모디’는 의주와 강동, ‘왕리’는 안동, ‘왕청’은 한양에 살았다. 17세기 초 기록을 마지막으로 이 성씨는 역사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