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영조 19년(1743년), 범이 나타나 거리낌 없이 다니고 있다고 경릉·명릉을 관리하는 관원이 알려왔다. 능 담 밖 용머리와 귀농말 아이들을 호랑이가 물어 죽였다. 섣달(12월) 초닷새인지라 눈이 함빡 내려 범 발자국이 뚜렷하므로 두 능의 수호군 정내광·유악발이·원몽술이 등이 창검을 들고 범이 사는 굴까지 쫓아가 찔러 잡았다.
요즘 말 ‘악바리’는 ‘성미가 깔깔하고 고집이 세며 모진 사람, 지나치게 똑똑하고 영악한 사람’을 이른다. ‘악발이’(악바리)는 사내이름으로 특히 많이 쓰였다. ‘악’이 든 이름에 ‘악동이·악돌히·악쇠·악산보·악지’도 있다. 제주도에서 악바리를 악동이라고 부른다. ‘악돌이’(악돌히)는 ‘악을 쓰며 모질게 덤비기 잘하는 사람’이다.
‘악발이’처럼 ‘발’이 들어 있는 이름도 적잖다. ‘감발이·금발이·막발이·마음발이·몽발이·옴발이·유발이·육발이·잔발이·직금발이’가 있다. ‘감발’은 버선이나 양말 대신 발에 감는 좁고 긴 헝겊(발감개)이고, ‘감바리’는 ‘잇속을 노리고 약삭빠르게 달라붙는 사람’을 이른다. ‘옴발이’는 안으로 오므린 발일까? 직금발이는 깨금발로 앙감질을 잘했을 듯도 하다. ‘육발이·육손이’는 발가락·손가락이 하나 더 있는 것을 이른다.
‘악바리 악돌이 악 쓴다’는 속담이 있다. 어찌 보면 악바리는 성격·자질 그 자체일 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