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국적 불명의 외래어’라고 하는데, 언어에 국적이 있을 리 없으니 정확한 표현이라면 ‘어적(語籍) 불명의 외래어’라고 하겠다. 그러나 외래어라 일컬을 때는 어디선가 쓰이고 있다는 뜻이므로 생긴 데는 분명할 터이고, 그렇다면 ‘어적 불명의 외래어’란 말은 성립할 수 없게 된다.
어떤 말은 외래어란 느낌이 강하게 들면서 말밑(어원)을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 하나가 ‘카브라’ 혹은 ‘캬브라’다. 이는 바지 밑단을 만들 때 밋밋하게 하지 않고 조금 접어올려 만드는 모양을 일컫는다. 그 말밑이 궁금해 살펴봤는데, 어떤 사전에 막연히 일본말에서 건너온 것이라고만 돼 있었다. 그러나 일본말 사전에서는 비슷한 말을 찾을 수가 없었고, 실제로는 ‘다부루’(ダブル, double)라고 부른다는 예상치 못한 답을 얻었다.
‘카브라’ 또는 ‘캬브라’가 서양말스런 데가 있는데, 미국 영어로 ‘커프스’(cuffs), 영국 영어로는 ‘턴업’(turnup)이다. ‘커프스’가 그나마 ‘카브라’와 비슷한데, ‘머신’((sewing) machine)이 일본에서 ‘미싱’된 것과는 달리 형태가 너무 변한 것이어서 그게 어원인지 의심스럽다. 프랑스말 ‘카바레’(cabaret)를 ‘캬바레’로도 일컬으므로 그쪽 말인지도 살폈으나 해당되는 것은 ‘르베르’(revers)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