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리
사람이름
‘김수구리’(金禾九里)는 영조 때 진산에 근무하던 군사다. 늙고 몸도 약한데다 병도 있으므로 집에 돌아가라 하니 “할아버지가 머흐내(險川) 싸움에서 전사했소이다. 나라고 그리 마란 법 있소이까?” 하였다. 떠밀며 가라고 하니 분해서 눈물을 흘렸다. 얼마 있어 모친상을 당하자 상복을 입었는데, 고기를 권해도 끝내 먹지 않았다. 나라에서는 충효군에 넣어 일체 부역을 지지 않게 하고(급복), 벼슬을 향장관으로 올려주었다.
‘수구리’는 ‘전자리상어’로, 가오리를 닮은 바닷물고기다. 수구릿과에는 ‘동수구리·목탁수구리·범수구리’와 같은 것이 있다. 수구리와 비슷한 사람이름에 ‘수고리·수억고리·숫고리·수고이’도 있다. ‘-구리’가 든 이름에 ‘거구리·논구리·돌구리’가 있다. ‘동구리·둥구리’는 얼굴이 둥글었던 모양이다. ‘사구리’라는 이름은 일본 사람이름 ‘좌사구리’(佐沙仇里)와 닮았다. ‘-고리’가 든 이름 ‘개고리·두고리·마고리·머고리’는 요즘의 ‘개구리·두구리·마구리·머구리(개구리)’에 해당된다. ‘(약)두구리’는 본디 탕약 달일 때 쓰는 놋그릇이나, 약을 늘 달고 사는 사람을 이른다. ‘마구리’는 길쭉한 물건의 양 끝에 대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한 치도 어긋나지 않은 수구리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이들이 있어 이 나라가 지탱돼 온 건 아닐까?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