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서로’가 ‘어찌·어떻게’ 곧 부사로 쓰이는 게 자연스럽듯 ‘스스로’도 그렇다. ‘제 힘으로, 제(이녁) 뜻으로’ 행동함을 일깨운다. 이따금 ‘자기 자신’임을 강조하면서 명사·대명사꼴로 쓰일 때도 있다. 대명사적인 쓰임이 지난 세기 후반부터 잦아진 것은, 재귀대명사가 쓰인 영어 문장 해석이나 번역문에 쓰이다가 국어의 일상문투로 확장된 사례로 봐야겠다. 표현을 다양하게 한다는 점에서 외국어의 좋은 영향을 마달 것은 없다.
문제는 ‘스스로가·스스로를·스스로에게·스스로도 …’ 들이 양산돼 말이 순순하게 흘러가는 것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이때는 ‘저·자기·자신·당신·손수·직접 …’ 따위 주어 되짚기 구실을 제대로 하는 말이나 어찌씨 쓰임으로 바꿔야 말이 순순해진다.
△버락 오바마 미국 44대 대통령 당선인은 스스로가 국경과 인종의 벽이 사라져가는 지구촌의 축약판이다→ ~ 당선인 자신이 바로 국경과 ~. △스스로의 문제→자신의 문제. △그 스스로도 훗날 자서전에서→그 스스로 훗날 자서전에서. △그들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자신들을 스스로 ~.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자신에게 ~. △미국이 스스로의 숙명적인 짐인 인종차별을 극복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미국인 스스로 숙명적인 ~. △이들이야말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한 이들이다→이들이야말로 자신감이 충만한 이들이다. △그 스스로였다→그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