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이 단풍으로 물든 요즘 풍경을 ‘잘 그린 수채화와도 같다’고 표현하는 수가 있다. 수채화는 물감으로 그리는 그림인데, 재료를 다루기 어려워 열 살이 넘어서야 그려 보았던 기억이 있다. 요즘도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막대 모양 크레용 또는 크레파스로 그림을 배운다. 처음 크레파스를 봤을 때의 신비감, 그리고 같은 크레파스인데 나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나 선생님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들이 있을 터이다. 도화지 한 면을 채우느라 팔이 아프도록, 만만한 하늘색 조각을 문질렀던 추억도 새삼 떠오른다.
우리에게 크레용(crayon)과 크레파스(Cray-Pas, craypas)는 같은 말로 인식돼 있다. 크레용은 프랑스 말로 연필 또는 연필화를 기본 의미로 취하며, 뜻이 넓어져 색연필, 파스텔과 크레파스까지를 아우르는 말이 됐다.
크레파스는 안료에 파라핀이나 목랍(木蠟)을 섞어 녹여 굳혀 만든 그림 재료인테, 1910년대에 일본에서 발명됐다는 기록이 있다. ‘크레용’과 ‘파스텔’(pastel) 앞부분을 따서 만든 상표명이었다가 나중에 일반명사가 됐다. 이것이 우리가 크레용이라고도 하는 ‘크레파스’다.
발명지인 일본어에서는 ‘구레파스’(クレパス)라고 하는 대신에 ‘파스테루구레욘’(パステルクレヨン)이라고도 한다. 영어권에서는 ‘크레파스’가 그대로 쓰이기도 하지만 본디 표현은 ‘오일 파스텔’(oil pastel)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