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에 올라앉은 새는 오리다. 오리는 물과 뭍을, 하늘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살아가기에 독특한 상징을 얻은 것인가. 한마디로 오리는 물새다. 물은 농사를 짓는 데 삶의 결정적인 열쇠였다. 시기에 알맞은 물이 있어야 풍년을 기약할 수도, 나라 힘을 기를 수도 있었다. 그래서인가 솟대에서처럼 오리는 다분히 물 신앙의 상징처럼 쓰였을 것이다.
오리는 다가올 재해를 미리 막는 영험한 구실을 하기도 한다. 풍수가들이 이르는바, 배가 떠가는 행주형(行舟形)의 땅에서라면, 불안정한 배에 안정을 더하고자 배의 돛대에 값하는 솟대를 세우는 일이 가끔 있었다.
불이 나도 그러하다. 또 오리는 해독력이 아주 강하다. 시궁창에서도 썩은 먹이를 찾아 먹으면서 살아가기에 사람들은 오리 고기를 즐겨 먹는다. 불포화 지방이기도 해서 그런다지만.
옛글에 오리는 올히(두시언해)였다. 조선관역어에는 아계(我係)였다. 한마디로 위를 뜻하는 ‘올’에 접미사 ‘-이’가 녹아붙어 이루어진 말로 보인다. ‘오라버니, 올벼’의 ‘올’이 그러한 경우라고 할 것이다. ‘올-옫-옷-웃-욷-우게’의 낱말겨레를 떠올릴 수 있기에 그러하다. 방언으로 위(上)를, 옷을 우게라고도 이르는바, 이것이 바로 아가(올기)와 가장 가까운 모습이다. 압록강을 얄루장이라 한다. 여기 얄루도 올과 무관하지 아니하다. 저 높은 하늘을 바라 솟대만큼 목이 길었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