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색’(國防色)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 하나는 얼룩무늬로 바뀌기 전 육군 군복의 색깔이었던 진초록이고, 다른 하나는 카키색이다.
페르시아어 ‘khak’가 어원인 ‘카키’(khaki)는 인도 힌디어를 통해 영어로 들어간 말이다. 그 뜻은 ‘흙·재’였고, 영어로 들어간 뒤에는 여러 직물을 가리킴과 동시에 그 빛깔을 나타내는 말로 쓰였다. 직물로서는 보통 면·모·소모, 이들끼리의 혼방, 또는 인조섬유와의 혼방으로 만들어지는데, 이것으로 만든 제복은 인도에 주둔했던 영국군들이 입었고, 이어서 여러 나라로 퍼졌다고 한다.
‘카키’가 1908년의 어떤 공문서에서 언급된 것으로 보아 우리말에 들어온 지도 100년이 넘은 듯하다. 그런데 영어와는 달리 색깔만을 가리키는데, 우리의 카키색은 그 범위가 모호한 면이 있다. 사전에서는 ‘누런빛을 띤 엷은 갈색’이라고 하지만, 언중은 황갈색·회녹색·암녹색 등 녹색 기운이 들어간 여러 가지를 카키색이라 일컫는다. 아마도 군복의 진녹색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겨 그런 것들을 카키색으로 부르게 되지 않았나 싶다.
사철이 뚜렷한 환경에 맞게 우리말 색깔 표현은 다양하다. 그러나 ‘갈색·녹색·회색·커피색·코발트색·곤색’ 따위 한자·외래어보다 고유어가 더 많이 쓰였으면 좋겠다. 그런 낱말은 ‘밤색·꽈릿빛·쪽빛·잿빛·풀빛 …’처럼 다른 말로는 흉내 내기 어려운 정감을 담아 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