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동부나 강원 영서지방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둔지말’은 ‘언덕’과 관련이 있는 땅이름이다. 사전에는 ‘둔지’가 올라 있지 않은데, 이와 비슷한 말로 ‘둔덕’이 있다. ‘둔덕’은 ‘두두룩하게 언덕진 곳’이라고 풀이되어 있으며, ‘두두룩하다’는 ‘가운데가 솟아서 불룩하다’는 뜻이다.
<훈몽자회>의 지리 조항에는 언덕을 뜻하는 한자가 여덟 가지나 있다. 그 가운데 ‘두던’으로 풀이한 한자는 구(丘), 원(原:너른 들), 고(皐:물언덕), 부(阜:큰 뭍)이며, ‘두듥’으로 풀이한 한자는 파(坡), 판(阪:둑이나 산비탈), 릉(陵:큰 언덕), 륙(陸:높고 평평한 땅)이다. 이처럼 같은 언덕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두던’과 ‘두듥’은 토박이말이나 한자말에서 차이가 있었다.
‘두듥’은 경기지역의 땅이름에 많이 남아 있다. 남양주 수동면의 ‘당-두둑’은 ‘두듥’의 잔재를 뚜렷이 간직하고 있으며, 성남시 수내동 쪽 옛이름에도 ‘벌말’이나 ‘평-두들기’가 나타난다. ‘당두둑’은 ‘당두평’으로 맞옮김되며, ‘평두들기’는 ‘평촌’으로 바뀐다. 비록 ‘두던’이 ‘둔덕’으로 변하는 과정은 쉽게 설명되지 않지만, 대체로 ‘둔덕진 땅’을 ‘둔지’라고 부르는 것을 고려한다면, 두 낱말은 같은 뜻임을 알 수 있다. ‘언덕진 곳의 평평한 땅’을 ‘둔지’라 부르며, 그곳에 작은 저수지가 있을 경우에는 ‘언둔지’라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