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나 상품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하는지는 광고에서 매우 중요한 관심사다. 이름 붙이기에 따라 회사 인상이나 상품 경쟁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보통 이름을 붙일 때는 ‘부르기 쉽고, 바른 뜻이 담기거나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을 조건으로 한다. 사람이름이나 땅이름을 붙일 때도 마찬가지다.
땅이름은 오랜 전통을 이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생성되고 변화한 특징을 지닌다. 그런데 인위적이고 의도적으로 땅이름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특히 행정상 필요에 따라 임의로 땅이름을 만들거나 이민족과의 접촉 과정에서 생성된 땅이름은 부자연스러울 경우가 많다.
인왕산(仁王山)에 들어 있는 ‘임금 王’을 ‘성할 旺’으로 바꾸어 쓴 것은 일제 강점기라고 한다. 일제는 우리나라를 강점한 뒤 대규모 토지조사 사업과 임야조사 사업을 벌이면서, 우리 조상의 얼이 담겨 있는 땅이름을 상당수 바꾸어 버렸다. 그 방식은 대체로 한자의 음은 같지만 뜻이 다른 글자로 바꾸거나 둘 이상의 땅이름에서 한 자씩을 떼어 새로운 땅이름을 만드는 형식이었는데, 그 결과 땅이름에 담긴 뜻은 사라지고 만다.
우리말 가운데 ‘남녀노소’, ‘밤낮’이라는 낱말들은 조선시대까지 ‘노소남녀’, ‘낮밤’이었다. 말 속에 ‘노소’가 ‘남녀’보다, ‘낮’이 ‘밤’보다 중시되던 사회 모습이 담겼으며, 그 말을 사용한 조상들의 정신이 담겨 있는 셈이다. 같은 인왕산일지라도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아는 일은 뜻있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