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오줌
풀꽃이름
여우는 이제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동물인데, ‘여우오줌’은 8∼9월에 피는 노란 꽃에서 여우 오줌 같은 냄새가 난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쥐는 고양이나 여우 오줌 냄새를 천적의 냄새로 알기에 두려워한다고 하니, 쥐한테 어떤 냄새인지 물어봐야 할 판이다. 이 이름은 1489년 나온 <구급간이방언해>와 1613년 나온 <동의보감>에도 ‘여으오좀’ 등으로 나온다. 꽃줄기와 뿌리를 배앓이나 회충 따위의 치료제로 썼다는데, 여우가 사라진 것처럼 횟배앓이도 없어졌으니 이름이나 쓰임 두루 추억이 남았다.
메마른 숲에서 자라며 ‘왕담배풀’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국화과의 다른 담배풀보다 키도 크고 줄기도 굵고 잎이나 꽃도 크기 때문일 것이다.
여우가 들어간 다른 풀꽃도 있다. 빨간 구슬꼴 열매가 앙증맞아 ‘여우구슬’, 복주머니 같은 동글납작한 열매가 달려 ‘여우주머니’, 열매가 콩처럼 생겨 ‘여우콩’이라 한다. 옛날이야기 속의 여우가 그렇듯 이들의 공통점은 예쁘고 군더더기 없이 날렵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여우를 만나기 어려워 이런 이름이 더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사진 국립산림과학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