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효종 4년 제주 목사 이원진이 편찬한 것으로 알려진 <탐라지>에는 제주 고장말에 관한 흥미로운 기록이 들어 있다. “촌민의 사투리가 난삽하여 말의 시작은 높고 끝은 낮은데, 김정의 <풍토록>에서는 토착민의 말소리가 가늘고 높아 바늘로 찌르는 것 같고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고 하였다”라고 기록했다. 또한 촌민의 말 가운데 특이한 음이 많은데, 그 가운데 산을 ‘올음’(兀音)이라고 한다는 기록도 있다.
사람들은 제주 고장말이 뭍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때로는 의사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라고 여기기도 한다. <탐라지> 기록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말소리·어휘·문법에서 제주말은 뭍과는 꽤 차이가 있다.
그러나 산을 뜻하는 ‘오름’이 제주에만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전국 각지에 ‘오음’이라는 산이름이 많기 때문이다. 간성의 ‘오음산’(五音山)이나 갑산의 ‘오음회령’(吾音會嶺)은 <여지승람>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이와 유사한 ‘오을동’(五乙洞) 같은 것도 적잖다.
‘오름’은 ‘오르다’에서 나온 말로, 한자어로 맞옮길 때는 ‘악’(岳)으로 대체된다. ‘성널오름’이 ‘성판악’으로, ‘거문오름’이 ‘거문악’으로 바뀌는 식이다. 그런데 함경도나 강원도 쪽에서는 ‘오을음’이나 ‘오음’의 형태를 취할 뿐 아니라 ‘다섯 오’[五]나 ‘나 오’[吾]가 쓰여 ‘오름’과 무관한 말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오음’도 그 지역에서 높이 솟아오른 산에 붙은 이름으로서 ‘오름’과 같은 계통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