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다’는 ‘너르다’와 반대로 공간이 좁을 때 쓴다. ‘저고리 품이 솔다’, ‘솔아 빠진 방’이라는 표현이 있다. 관련을 맺는 말들도 적잖은데, 말의 형태가 심하게 바뀌어 ‘솔다’에서 온 말인지 알기 어려울 때가 많다. ‘솔다’에 ‘곶’[串]이 합친 ‘송곳’이나, ‘솔다’에 ‘나무’가 합친 ‘소나무’가 있다. ‘송곳’의 옛말 형태가 ‘솔옷’이었음은 <훈몽자회>에서도 확인되는데, ‘솔옷 쵸[錐]’라고 풀이하였고, 어휘 사전인 <유합>에서는 ‘송곳 츄[錐]’라고 했다.
‘소나무’도 ‘솔다’에서 비롯된 말임은 낱말 짜임새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대체로 토박이말은 토박이말끼리, 한자어는 한자어끼리 어울린다. 이를 고려한다면 ‘소나무’는 한자어 ‘송’(松)에서 비롯된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솔’과 ‘송’의 발음이 유사하고 뜻이 같아 두 말이 뒤섞여 쓰인다. 그래서 ‘솔고개’, ‘솔내’를 ‘송현’(松峴), ‘송천’(松川)으로 고쳐 부르고, ‘솔골’은 ‘송곡’(松谷)으로 부른다.
순조 때 김매순이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열양세시기>에는 “강화 바다 가운데 험한 암초가 있으니 ‘손석항’이라 부르는데, 손석항이라는 초공이 원통하게 빠져 죽은 곳으로, 그가 죽은 날이면 바람이 차고 전율을 일으켜, 뱃사람들이 경계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른바 ‘손돌바람’과 관련된 전설이다. 그런데 사실 ‘손돌’은 ‘솔다’와 ‘돌다’가 합쳐진 말로, ‘좁은 목’을 뜻하는 ‘착량’(窄梁)을 ‘손돌’이라고 표기한 보기를 <용비어천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