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꽃
풀꽃이름
남부지방에 눈이 많이 내렸다. 눈과 관련한 풀꽃이름으로 ‘동자꽃’이 있다. ‘동자’(童子)는 말 그대로 어린아이를 말한다. 옛이야기에, 암자에서 동자승과 함께 살던 스님이 겨울에 양식을 구하러 마을로 내려갔는데, 눈이 많이 내려 산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스님을 기다리던 동자승이 배고픔과 추위에 떨다가 죽은 자리에 꽃이 피었는데, 꽃 모양이 동글동글하고 발그레하여 귀엽게 웃는 동자승의 얼굴을 닮아서 동자꽃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여름철 높은 산 길가에서 산 밑을 바라보며 꽃을 피우고, 꽃말도 ‘기다림’이다.
동자꽃 꽃잎은 신기할 정도로 심장꼴이라 꽃누르미(압화)를 만들 때 많이 쓰인다. 백두산에서 자라는 제비동자꽃 꽃잎은 제비 꼬리처럼 날렵하게 갈라졌다.
오대산 한국자생식물원에는 ‘할미꽃/ 양귀비/ 며느리밥풀꽃/ 동자꽃’ 등 사람 명칭과 관련된 식물을 모은 곳이 따로 있는데, 풀꽃과 함께 사람 사는 사연을 담고 있어 애틋하다. 동자꽃 이름을 되뇌자니, 어리광을 부려도 모자랄 나이에 동자승이 되어 도를 닦는 일이 무척 짠하게 느껴진다. 꽤 나이를 먹고서도 인생을 모르겠거늘 ….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사진 국립산림과학원 제공